용산구 한남동, 보광동.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나와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동네다. 아는 사람도 없고, 살았던 적도 없고,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나는 지금, 이 동네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울고, 웃고, 혼자 다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혼나기도 하면서, 결국 고양이를 포획하고 보호까지 하게 됐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이러고 있어서, 나 자신이 좀 우스웠다. 원래 이럴 생각은 없었으니까.

나는 원래 불쌍한 고양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도울 수 없으면 보지도 말자'는 쪽이었다. 그냥 마음을 닫아두고, 거리를 두고, 그렇게 나름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보광동 고양이들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래서 도우러 나섰다. 마음이 약해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나를 달랠 무언가를 그 안에서 찾고 있었던 건지, 솔직히 아직도 잘모르겠다. 다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이후로는, 계속 나가고 있다.

봉사 중에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때때로 머쓱해진다.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니까. 그리고 어김없이 따라오는 말,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 물음 앞에서, 나는 더 머쓱해진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말에 딱 맞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냥 그렇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이 일만큼은 내 마음이 시켜서 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동네 고양이들은 안 불쌍하냐고 묻는다면, 나도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불쌍하다. 그 아이들도, 그 거리들도, 다 안타깝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다른 곳을 도울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아직 내 정신과 체력이 그 모든 것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걸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어디까지가 가능한 일인지, 내 안에서 그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 "왜 하필 보광동이죠?"에 너무 길지 않은, 그렇지만 솔직한 대답을 하나 남겨둔다.

그냥 지금은, 여기가 마음에 걸려서. 그게 다예요.